2013년 7월 26일 금요일

꽃 ( 김 춘 수 ) - 명시 100선 5


'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香氣)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 김 춘 수 -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