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23일 금요일

동치미 국수 - Dongchimi Cold Noodle

~ ~ 소화가 안 되고 더위에 음식이 부담스러울 때에는

                                              답답한 속이 뻥 뚤리는 동치미 국수죠! ~ ~


겨울 동치미가 잘 익었을 때에는 동치미 국물이 혀끝을 톡 쏘면서 짜르르 하고 한모금 마시면 속이 뻥 뜷리듯 시원하죠.!

여가다가 하얀 소면 돌돌하게 삶아서 말아먹으면 십년 체증도 확 날아갈 거예요!

한여름에는 물론이지만 한겨울에 덜덜 떨면서 먹어도 참 일미죠.



동치미 재료 - 동치미 무 400g (중간크기 1개), 통배추 400g (중간크기 1통), 무청 400g,
                        사과 1개,  파 5뿌리, 생강 5쪽, 마늘 1통,                        
                        물 6 C, 소금 3 Ts  + 1  Ts, 설탕 4 Ts, 식초 4 Ts


옛날의 김장 동치미 처럼 큰 독에다가 무를 오십개, 또는 백개씩 넣고 담궈서 겨우내 서너달씩  두고 먹는 동치미를 요즘에도 담글수는 없습니다.

여기서 소개하는 동치미는 간편하게 조금 담궈서 맛있게 며칠 동안 먹는 법을 소개합니다.









동치미 무는 자그마한 것이 좋습니다.
김치도 그렇지만 동치미는 특히 무와 배추가 싱싱해야합니다.

무의 껍질은 험한 곳만 조금 벗겨내고 껍질째 그냥 담그는 것이 좋습니다.





무를 어떤 모양으로  썰어도 상관 없습니다. 나는 길이로 반을 썰어서 반달모양으로 썰었습니다.  
통무를 길이로 3 cm  썰어서 직사각형으로 썰어도 좋습니다.
그러나 꼭 얇게 써는 것이 중요합니다. 국물과 국수와 함께 먹는 것이라서 두꺼우면 입안에서 걸리적거려요.




배추는 겉대를 좀 걷어내고 속대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겉대는 아무래도 좀 질기니까요.

길이로 반을 가르고 또 반이나 삼등분을 갈라서 넣었다가 먹을 때에 썰어 담으면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아서 좋습니다.




무청은  겉대는 뜯어내고 연한 속대만 합니다

무청대신에 여기서는 열무를 대신했습니다.
살짝 절여서 맑은 물에 헹궈서 돌돌 말아서 조기를 지어서 넣었다가 배추처럼 드실때에 썰어서 담으면 보기가 좋습니다.






파 5뿌리, 생강 5쪽, 마늘 1통을 병의 밑에 깔고 무와 배추, 열무를 흐트리지 말고 차곡 차곳 담으세요.

담으면서 켜켜이 소금 3 Ts 고루 뿌려서 절입니다.

서너시간 뒤에 무와 배추가 잘 절여지면 ( 폭 잘 절여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 물을 6 C을 붙고 접시나 돌로 눌러서 상온의 그늘에서 익힙니다.
하룻밤 지난 뒤에 한번 간을  점검하는데 동치미가 익으면 싱거워지니까 국물을 약간 간간한 듯 하게 맞추세요

동치미는 익으면 국물이 뽀얘지면서 개스가 발생합니다. 이때  누름돌이 가벼우면 이렇게 건더기가 위로 떠오름니다.

개스는 되도록 많이 잘 간수하는 것이 맛이 좋습니다. 그러니 병을 흔들거나 뒤집어서 개스를 빼내지 마세요.

상온에서 하루나 이틀 익혀서 국물이 약간 뽀얘지면서 맛이 들고 국물이 새콤하려고 하면 다 익은 것입니다. 
그러나 국물이 다 익어도 무는 아직 다 익은 것이 아닙니다.

이때에  간을 한번 더 완전하게 맞추세요. 

냉장고에 넣기 전에  사과를 사등분해서 씨를 빼고 도톰하게 썰어서 얹고 소금을 1 Ts, 설탕 4 Ts, 식처 4 Ts 을을 위에다 뿌려서 간을 세게 만들어서 다시 누름돌로 눌러서 냉장고에 넣어 하루 이틀 더 숙성시킵니다.

드실때는 동치미 국물에 소다수를  3:1 의 비율로 섞어서 간을 맞춰서 드세요.


동치미 국수를 드시려면 소면 삶을 물을 얹어놓으시고 동치미의 무청과 배추를 알맍은 크기로 잘라서 준비하시고  토마토도 썰어둡니다.
소다수를  잠시 냉동고에 넣어둡니다.

국수는 퍼지지 않게 돌돌하게 삶아서 찬물에 비벼씻고, 얼음물에 차게 식힙니다.
그릇에 국수를 담고 무, 배추, 무청, 사과, 도마도를 위에 얹고
먼저 국수에  동치미국물을 두컵 부은  다음  소다수를  꺼내어 한컵부어주세요.


보세요 색도 화려하지만 맛도 
그에 뒤지지 않는 일품의 동치미국수!
정말 맛있어요!
혀 끝이 짜르르!




소다수는 Sparkling  Mineral Water나 Club Soda 또는  Seltzer 등의 형태로 아무 맛이나 향이 들어있지 않은 것이어야 합니다.

소다수와 동치미 국물을 미리 섞어서 쓰지 마세요. 탄산이 모두 달아나버리면
톡 쏘면서 혀끝을 짜르르 자극하는 맛이 떨어지니까요.
소다수를 냉동고에 십오분쯤 넣어두었다가
드시기 바로 전에  따로 부어서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고명을 많이 얹어서 매번 야채와 국수를 
함께 집어서 드세요.
그러면 맛도 훌륭하고
국수 반 야채반이 돼서 배불리 먹어도 살도 안쪄요.

아니 이 동치미 국수는 배불리 안먹을 수 없어요 너무 맛있어서요.

혹시나 음식이 꼭 매워야 좋으신 분은 
김치국물을 조금 섞어보세요.
물론 맛있는 별미가 됩니다.

2013년 8월 8일 목요일

물냉면 - Buck Wheat Cold Noodle

~ ~ 더위를 단번에 물러가게 하는 음식은
                                             단연  시원한 물냉면이죠! ~ ~


냉면 육수는 육즙의 풍미가 물씬 나면서도 곱게 걸러서 맑고 시원해야합니다.

집에서 만드는 냉면은 어렵지는 않지만 미리 준비하는 과정이 있어서 시간을 두고 정성을 드려야 합니다. 그러나 한번 맛을 드리면 시간과 정성이 하나도 아깝지 않을 만큼 만족도가 높아요.


냉면 전문점의 유명 맛집이라고 해도 육수가 집에서 하는 만큼 재료를 넉넉히 쓰지는 못하니까 이런 맛을 낼 수는 없어요. 음식점 냉면은 국수를 건져먹고 대부분 국물을 많이  남겨서 버리니까  애초에 물을 많이 잡아서 조미료로 맛을 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집에서 하는 냉면은 편육을 많이 먹도록 물을 적게 잡으니까 맛이 있어서 국물까지 남김없이 다 마시게 됩니다. 편육도 파는 냉면에 있는 편육같이 덤덤하고 퍽퍽하지 않고 부드럽고 입에 착 붙게 맛있어요.

육수내는 고기를 쇠고기에다 돼지고기나 닭 안심을 함께 쓰는 경우도 있고 또 모시조개나 해물을 섞어서 하는 법도 있습니다. 다 제 맛과 향이 조금씩 다르면서 별미가 됩니다. 그러나  여기서는 우선 제일 맑고 깨끗한 기본법으로 쇠고기만 했습니다.

재료(5인분 ) -  양지머리 600 g, 양파 1개, 대파3, 생강 3쪽, 마늘 5쪽.
                          육수 - ( 물 12C - 설탕 6 Ts, 국간장2 Ts, 소금 3 Ts ) 
                          고명 - (삶은 계란 반개씩, 무 한토막, 오이 1개 (설탕 2 Ts, 식초, 2 Ts, 소금 2 ts )
                          양념 - 식초, 겨자, 
                          양념 다대기(고추가루 2 Ts, 겨자 1/2 Ts, 설탕 1/2 Ts, 식초 1 Ts, 매실 액 5 Ts)


양파 중간크기로 반을 가르고, 생강은 저미고,
마늘과 파는 그대로 넣었다가 나중에 건져냅니다.

돼지고기나 닭고기를 같이 쓸 때는 붉은 통고추를 2개 정도 넣을 수도 있지만 쇠고기만 쓰면 넣지 않아도 좋습니다.

나중에 겨자를 넣어서 먹게 되니까 칼칼한 맛은 식초와 겨자가 살려줍니다.

먼저 육수낼 물 12컵을 큰  냄비에 넣고 물이 끓도록 불을 크게 켜 둡니다.

옆에 작은 냄비에 물을 팔팔 끓이다가 고기를 넣어서 물이 다시 끓어오르면 이분 정도끓이면서 고기의 표면을 익힙니다. 
고기를 꺼내서 즉시 팔팔 끓고있는 육수 냄비에 넣고 다시 끓어오르기 시작하면 불을 줄이고, 양파, 파, 생강, 마늘을 넣고 약한 불에서 1시간쯤  고아냅니다.







육수는 될수 있는 한 맑고 깨끗한 맛을 내야하니까 고기의 표면을 끓는 물에 살짝 익혀서 씁니다.그래야  표면에 산화된 기름을 씻어내고, 표면을 익혀야 고기가 익으면서 수축될 때에 밖으로 흘러나오는 피를 막을 수 있습니다.



육수는 약한 불에서 한시간쯤 고아낸 뒤에 야채를 건져내서 버리고, 고기는 건져서 식힙니다.

더운 육수에 설탕 6 Ts, 국간장 2 Ts, 소금 3 Ts 을 넣어 간을 맞추어 식힌 뒤에 냉장고에 넣어서  차게 식힙니다.

이 육수는 맛과 간의 농도가 진하게 만든것입니다. 드실때는 이 육수 2컵에 살얼음  생수 1컵을 타서 드셔야 합니다.
생수를 섞은 후에도  국수를 말아 먹어야 하니까 보통 국간 보다는 약간 센듯하게 간이 되어야 합니다.


양지머리에서는 기름이 많이 나오지는 않지만,
  그래도 냉장고에서 완전히  식히면 작은 기름 알맹이가 뜨니까 면보에 걸러서 
맑은 육수를 준비합니다.

고기는 더울 때에 썰면 부서지니까  뜨거울 때에  건져서 
냉장고에서 완전히 식힌 뒤에  얇게 편육을 썰어놓습니다.
그냥 쓰면 고기가 팍팍하고 싱거우니까 
육수에 재어두고 고명으로 얹습니다. 

육수의 간이 고기에 배어들어서 편육이 부드럽고도  맛있어요.
보통 냉면을 먹으면서 갈비를 곁들이는데
꼭 갈비를 먹고싶으면 몰라도 이 편육을 넉넉히 얹어서
국수를 돌돌 말아 먹으면 갈비를 따로 먹지 않아도
냉면 한그릇만으로도 양질의 단백질  섭취가 풍부한 만족한 식사가  됩니다.


무와 오이는 설탕 2 Ts, 식초, 2 Ts, 소금 2 ts 을 넣고 초절임을 해 두었다가 씁니다.
냉면에는 배가 있으면 좋지만 여름에는 배가 없지요.

드실 때에 식초와 겨자를 식성대로 넣어서 드세요.



돼지고기나 닭고기를 곁들여서 육수를 낼 때에도 꼭 고기를 미리 끓는 물에 초벌을 삶아내서 버린 다음 본 육수를 내셔야 합니다. 그래야 나쁜 냄새를 없앨 수 있어요.
양지머리는 한 시간 고아내지만 돼지고기는 삼십분, 닭고기는 이십분 정도면 되니까 먼저 양지머리를 삶다가 돼지고기나 닭고기는 나중에 넣어야지요.
돼지고기나 닭고기의 육수를 섞으면 육미의 진미(맛나니 맛)가 훨씬 진하게 납니다.

육수를 진하게 만들어놓고 나중에 생수를 섞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더위에 큰냄비에 불을 오래켜는 것도 줄이고, 둘째는  진한 육수에 썰어놓은 편육을 담가놓아서 맛을 들일 때도 좋고, 셋째는 육수를 냉장고에 보관할 때도 자리를 많이 차지하지 않는 것도 좋고, 넷째는 며칠 두고 먹기에도 쉬이 상하지 않아서 좋은 점입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시려면 애초에 물을 12C  대신에  18 C을 잡아서 육수를 내시면 됩니다.

때로 동치미국물이나 김치국물을 섞어서 드시는 경우도 많이 있고
 또 그것도 맛이 있습니다.


재미있는 동영상 48 - Fun Video ( Domino )


이렇게 용의주도한 도미노는 처음입니다.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들었겠어요.
끝부분이 익살스럽군요.

http://www.youtube.com/watch_popup?v=qybUFnY7Y8w

2013년 8월 5일 월요일

영양 수제비 - Suzebi

~ ~ 마음이 허허로울 때는 수제비를 한 그릇 드세요
                  구수하게 넘치는 정감이 마음을 훈훈하게 하니까요! ~ ~



날씨가 추울때도 좋지만 마음이 쓸쓸할 때는 수제비를 만들어 먹으면 마음이 훈훈해집니다.

수제비 반죽을 그냥 밀가루만 하기보다느
도토리가루, 콩가루, 들깨가루를 섞어서 하면 그야말로 영양 만점의 수제비가 되니까 자신을 위해서 잘했다는 대견한  감정까지 생겨서 더욱 쓸쓸했던 마음이 따뜻해진답니다.



재료 - 밀가루 1 C, 도토리묵가루 1 C, 콩가루 1/2 C, 들깨가루 1/2 C
           감자 2개, 양파 1개, 다시마, 멸치, 파, 마늘



밀가루에다 무슨 가루를 섞든지간에 밀가루와 도토리가루를 반반으로 하고 나머지는 모두 합해서 나머지 반을 넘지 않도록 하세요. 너무 끈기가 없으면 쫄깃한 맛이 적고  풀어지기 쉬우니까요.








반죽은 좀 된듯하게 하는것이 좋습니다.
아무래도 끈기가 적으니까 반죽이 질면  수제비가 쫄깃한 맛이 적을 뿐 아니라 국물에 풀어져서 국이 탁해지기 쉽습니다.



하루 전에 만들어서 비닐봉지에 싸서 냉장고에 넣었다가 쓰던지 얼려놓으면 서너달은 두었다가 해도 무방합니다.

프로세서에 재료와 물을 넣고 이십초정도 돌려서 뭉치면 시간과 공력을 좀 줄일 수 있습니다.


수제비 장국은 멸치육수가 제격이지만 사실 수제비 장국은 어떤 국이나 맛있는 국물이면 좋아요. 곰국이나 고기장국이면  더욱 좋고, 미역을 넣어도 좋고 김치국에 끓여서도 맛있게 먹은 적이 있어요. 오늘은 감자 수제비를 끓였습니다.

양파와 감자가 충분히 익었을 때에 끓는 국에 밀어놓은 반죽을 손으로뚝 뚝  떼어 넣고  마지막 수제비가 익을 정도로 사오분 더 끓인 후에 불을 끄고 떠서 드세요.

고명으로 지단이나 김채를 얹으면 보기와 맛이 좋습니다. 



다시마를 건져서 버려도 되지만 이렇게 썰어서 다시 국물에 넣으면 섬유질을 섭취하는 셈이죠.






반죽에 뽕잎가루를 섞어서 한 것입니다.

쑥가루를 섞어도 좋겠죠?
                 

팜추리 ( Palm Tree ) - 민 유 자


팜트리


누구를 그리며 그리도 목이 길어.
때때로 미친바람 부여잡고
헝큰 머리로 몸부림치는 종려야.
키보다 깊이 파내린 뿌리로
긴 세월 높은 목마름을 적시누나.

아마도 네 꿈은 높은 데 있는 듯.
곧은 목을 빼 올리며
끊임없이 새 손을 내밀어 손짓 하누나

붉게 피어난 노을 속에서
속 깊은 사연은 내색도 않고
날씬한 몸매를 미풍에 실어
살포시 춤추는 맵시 고와라.


내가 너를 사랑하는 까닭이다.

- 민 유 자 -

2013년 8월 1일 목요일

비빔냉면과 쏘스 ( Bibim Nang-Myun with Hot Sauce )

~ ~  맛의 조화가 잘 어우러진 비빔냉면!
                              더위로 인한 무기력이나 스트레스를  확 날려주죠! ~ ~



날씨가 더워 입맛이 없거나  기분이 꿀꿀하고 무기력할  때에 맛의 조화가 잘 어우러진 화끈한 비빔냉면을 드셔보세요!
스트레스 확 날아가고  만족감이 살아나서 생기가 고개를 반짝 쳐들게 된답니다.

쏘스를 만들어 두었다가 여름동안 냉장고에 두고 쓰시면 간편하게 비빔냉면을 수시로 즐기실 수 있습니다.




쏘스 만드는 법 - 물 1/2 C, 진간장 1/2 C, 향신간장 2 Ts, 소금 1 Ts,
                             큰 사과 1/2개 (100g)  큰 배 1/2개( 100g), 양파 1/2개(100g), 
                             생강 1쪽, 마늘 2쪽, 고추가루 2/3 C, 
                             흑설탕 1/2 C, 꿀 1/2 C

무 초절임 쏘스 - 물 1/4 C, 설탕 4 Ts, 식초  4  Ts,  소금 1 1/2 Ts
                           


금방 만든것 보다는 며칠 묵은 뒤에 사용하시면 맛이 어우려져서 더 좋아요.
그리고 달포정도는 냉장 보관이 가능합니다.

장기 보관을 위해서 생강을 넣고 물을 끓입니다.
멸치, 다시마, 표고 등의 우린 물을 사용하시면 좋은데 이 때는 향신간장을 넣지 않습니다.



양파나 사과등 큰 재료들은 수저 크기로 썰어서 믹서에  넣고 끓인 물을 붓고 모든 재료를 다 함께넣고  갈아줍니다.

쏘스에는 참기름과 볶은 깨가 들어가지만 쏘스를 만들어두실때는 안 넣었다가 비빔냉면을  드실 때에 바로 넣어서 국수를 비벼야 고소한 맛과 향이 생생 살아있습니다.



갈아진 재료에다가 고추가루를 넣고 고루 버무려 놓으면 끝입니다.

이삼일간 고추가루가 충분히 불어서 붉은 물이 우러나고, 과일과 양념이 어우러져서 숙성되는 것이 한결 풍미가 좋아진답니다.





쏘스를  미리 만들어두시면  비빔냉면을 쉽사리 수시로 만들어 드실 수 있어서 참 간편합니다. 냉면 사리가 없을 때는 비빔국수를 해도 색다르지만 아주 맛있어요.




국수 삶는 법 - 


삶을 때에 서로 붙어서 엉기는 것을 막기 위해 가지런한 국수를 비벼서 헝클어 놓습니다.

냄비에 물을 넉넉히 붓고 센불에서 끓으면 국수를 넣고 국수가 엉겨붙지 않도록 한두번 저어줍니다. 

국수 삶는 냄비 옆에 얼음물을 꼭 준비해 두세요. 냉면 사리는 특히 쫄깃해야 하는데 자칫하면 너무 삶아서 국수가 불어나면 낭패니까요.

물이 다시 끓어 오르면 일분쯤 있다가 국수가 다 익었는지 확인하는데 국수가 냄비 속에서 끓고 있을 때는 국수가 다 익었는지 눈으로 가늠이 잘 안 됩니다.

 국수를 한두올 건져서 얼음물에 담갔다가 먹어보세요. 국수가 얼음물 안에서 완전히 식었어도 뻣뻣하지 않으면 얼른 불을 끄고  소쿠리에 바쳐서 재빨리 받아놓은 찬물에서 비벼 씻습니다.

국수를 비비면서서 두세번 헹구세요. 마지막에는 얼음물에 헹궈서 국수가 완전히 차게 식도록해야 국수 표면이 매끄럽고 쫄깃해서 입안에서의 식감이 좋습니다.
  
냉면김치는 미리 담가서 익으면 더 좋지만 그냥 초절임을 해도 괜찮아요.
무와 오이는 되도록 얇게 썰어서 초절임 쏘스에 담갔다가 폭 절여지면 건져서 씁니다.

초절임 쏘스 - 물 1/4 C, 설탕 4 Ts, 식초  4  Ts,  소금 1 1/2 Ts



 배가 없을 때는 사과를 2개로 하든지 아니면 오렌지, 파인애플, 키위를 해도 무방합니다.





족발 -Braised Pork Feet

 ~ ~ 오둘 오돌!  쫄깃쫄깃!
                        콜라겐이 풍부해서 피부가 포동 포동! ~  ~



 배부르게 먹어도 살이 안찌는 고기!
그러면서도 또 예뻐지는 음식!

냄새를 없애는 확실한 방법만 알면
아주 쉬운 요리랍니다.

손님을 초대할 때는 미리 만들어두었다 썰어 내면 시간 절약이 되니 한결 도움이 되죠.



재료  -  돼지  앞다리 2, 뒷다리 2
              통계피1/2 C, 커피 1/4 C, 마늘, 생강
              물 8C, 간장1/4 C,  술 1/4C





큰 냄비에 돼지다리가 넉넉히 잠길 만큼 물을 붓고 센불에서 팔팔 끊이다가 중불에서 30분간 끓여서 물을 따라버립니다.
찬물에 돼지다리를 깨끗이 씻습니다.





다른 냄비에 물 8 C, 간장 1/4C, 술 1/4 C,  통계피, 원두커피, 마늘, 생강을 모두 넣고 중불에서 물이 반 이상으로 줄어들었을 때까지 두시간 정도 졸입니다. 중간에 두세번 뒤집어줍니다





초벌 끓일 때는 돼지고기 특유의 역한 냄새가 많이 나지만
 재벌로 졸일때는 아주 맛있는 향기가 집안에 가득하게 됩니다.
그러니 족발도 돼지냄새가 안 나고 맛이 있죠.!
어때요? 색도 아주 근사하죠?
물엿이나 황설탕을 넣는 분도 있지만 그럴필요가 없어요.
콜라겐이 녹아서 저절로 윤기가 나고 표면이 끈적하게 됩니다.


대강 식혀서  뼈를 발라내고 두툼하게 썰어서 드셔도 좋은데
나는 뼈를 발라내고 네모진 그릇에 수북하게 담고 뚜껑으로 눌러서 식혔어요.
냉장고에서 식혀서 얇게 져며서 썰었습니다. 이럴때는 뼈를 공들여 발라내야 해요.
안그러면 칼이 들어가다가 뼈 때문에 막히고 그러면 편육이 예쁘게 썰어지지 않고 또 편육에 구멍이
뚫어지니니까요.


양념 새우젖에 찍어 드시던지 
볶은 된장에 생마늘, 풋고추와 함께 쌈을 싸서 드시면 좋습니다.
그냥 레몬초장에 와사비나 겨자를 조금 넣어 드셔도 좋습니다.
잘 익은 배추김치를 싸서 드시면 더욱 좋겠죠!

재미있는 동영상 47 - Fun Video (Duo Main Tenant)


너무나 놀랍고 아름다운 영상입니다.
호소력 있는 노래도 한몫을 더하고


2013년 7월 31일 수요일

명시 100선을 마치고

정끝별 시인은
일상의 언어를 탁월한 시적 언어로 탈바꿈시키는 정끝별(44·명지대 국문과 교수) 시인은 삶과 죽음, 만남과 헤어짐 등 생의 상반된 것들이 부닥치며 만들어 내는 파열음을 깊이 응시하는 시를 써 왔다. '크나큰 잠' 외 14편의 시로 올해 '소월시 문학상'을 받아 시인으로서 웅비(雄飛)의 순간을 맞았다. 시집 '자작나무 내 인생', '삼천갑자 복사빛' 등을 엮었고, 평론가이자 국문학자로서 '패러디 시학', '한국 시의 미학적 패러다임과 시학적 전통' 등 여러 평론집과 연구서를 펴냈다.

문태준 시인은
문태준(38) 시인의 시 세계는 불교적 윤회와 무소유의 세계관에 뿌리를 두고 있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문명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는 시인이다. '그맘때에는', '가재미', '극빈' 등 이미 시 애호가들 사이에 애송시가 된 그의 시들은 특유의 부드럽고 조용한 언어로 삶을 위로하고 마음의 상처를 어루만진다. 시집 '수런거리는 뒤란', '맨발', '가재미' 등을 썼다. 노작문학상, 미당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등을 받았다.
진행은 문학평론가 김수이 경희대 교양학부 교수가 맡았다.


▲ ‘애송시 100편’연재를 마친 정끝별(가운데) 시인과 문태준 시인이 좌담을 통해“독자와 함께 시를 즐긴 시간이었다”고 열띤 호응에 감사했다.
이날 좌담을 진행한 문학평론가 김수이 교수.

―연재 내내 반응이 뜨거웠다. 우리 국민들이 시를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최근에는 시에 대한 관심이 크게 위축돼 있었는데 이번 애송시 연재가 식어가던 시에 대한 관심을 다시 불러 일으킨 계기가 됐다.

▲문태준=격려 전화와 이메일을 많이 받았다. "우리가 할 일인데 대표로 고생한다"며 동료 시인들도 계속 격려해 줬다. 그런데 솔직히 고백하자면 연재에 대한 부담 때문에 넉 달 넘게 스트레스도 적지 않게 받았다. 이제 풀려났다고 생각하니 정말 홀가분하다.(웃음)

▲정끝별=평소 친분이 있던 한 대학 교수가 이메일을 보내 "조선일보에 소개된 애송시들로 학생들 가르치고 있다. 잘 읽고 있으니 힘내라"고 하더라. 신문에 연재되고 있는 시가 바로 교육 현장에서 교재로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신선한 충격이었고, 우리가 하는 일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했다. 나도 학교(명지대 국문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연재된 애송시들을 외우게 할 생각이다.

―두 시인의 해설 방식이 아주 새로웠다. 기존의 시 연재에서 볼 수 있던 단순한 시 이론 설명이나 감상기가 아니라 시가 쓰인 곳에서 바로 시 해설을 듣는 현장감이 느껴졌다. 가령 소개된 시가 실렸던 시집의 가격이 600환이었다는 식의 뒷얘기가 읽을거리로 더해져 시평을 풍성하게 했다. 전문지의 이론 소개와 신문의 가독성이 결합해 시 해설의 새로운 모범을 세웠다는 평가를 하고 싶다.

▲문=시평 연재를 시작할 때 이 글을 어떻게 쓸까를 놓고 자문했다. 딱딱하게 썼다가 시를 오히려 독자들로부터 떼어놓는 결과가 나온다면 시단과 독자 모두에 죄를 짓는 것 아닌가. 돌이켜보면 나름 성공한 것 같은데, 그것을 확신하게 하는 일화가 있었다. 한 독자가 이메일을 보내와 "우리 집 조상이 남긴 시가 있는데 그분의 시를 보내줄 테니 신문에 해설 쓴 형식으로 써서 보내줄 수 있느냐"고 하더라.

▲정=꼼꼼히 읽고 예리한 지적을 하는 독자들도 많았다. 백석의 시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 방'의 '방'을 내가 '~에서'라고 해석했더니 한 독자가 당시 일어로 '방'은 '~앞'이라는 뜻이라는 의견을 보내왔다. 시 해설을 연재하며 누구를 가르친다기보다는 "독자와 함께 시를 즐긴다"는 겸손한 마음을 갖게 해 준 편지였다.

―해설자들이 개인적인 취향으로 시를 고르기보다는 100명의 시인들이 시를 추천하는 형식을 취한 것이 좋았다. 그래서인지 어느 한 경향으로 편중되지 않은 다양한 시가 소개됐다. 한국 현대 시문학사의 큰 별인 김소월 김수영의 시와 2000년대 시단에서도 젊은 축에 속하는 안현미 김경주 같은 시인들의 시가 나란히 소개된 것이 참신했다.

▲문=시 연재를 하며 '베스트 시 100'이 아니라 '애송시 100'으로 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처음부터 애송시를 추천해 달라고 부탁해서인지 문학사적 의미를 따지기보다는 입에 착착 붙는 시들이 많았다. 가령 한하운의 시 '보리피리'는 음악적 요소가 강해 국민들이 정겹게 따라 부르는 작품이어서 선택된 경우다. 만약 시적인 완성도를 기준으로 했다면 다른 작품들이 추천 받았을 것이다.

―연재를 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는가. 우리 시단 100년의 역사를 단 100편의 시만으로 축약해 보여주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정=연재할 시들의 정본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를 정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맞춤법조차 확립되지 않았을 때 쓰인 시들이 다수였고, 개정판을 낼 때 시인 스스로 작품을 고친 경우도 있었다. 사투리 처리 문제도 늘 고민거리였다. 이용악의 '전라도 가시내'의 원문에 '눈포래'라는 방언이 나온다. 그걸 '눈보라'로 고쳐 소개한 시를 보니 이해하기는 좋은 데 시 원문의 맛이 사라지더라. 독자의 이해를 우선해야 할지, 시인이 고른 말을 살려야 할지, 늘 고민하고 망설였다.

―올해로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가 발표된 지 100주년을 맞았다. 현대시 100주년을 문학사적으로 정리해야 할 필요도 있겠지만, 국민들과 함께 시 부흥 캠페인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시단과 언론이 함께 만든 '애송시 100편' 시리즈는 '시 100주년을 기리는 축제'였다고 생각된다.

▲정=이번 연재로 시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높아진 것은 분명하다. 한번은 경제인 친목모임에서 "조찬 모임이 있는데 시 강연을 해 줄 수 있느냐"고 부탁하더라. 사회가 돈에만 관심을 보이면 품격이 낮아진다. 문화적 소양을 갖춘 경제 전문가들이 많은, 품격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우리 연재가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

▲문=지방자치단체들이 문화행정에 관심을 표명하게 된 것도 이번 연재의 보람으로 꼽고 싶다. 서울 강남구가 지난 4월 한 달을 '시의 달'로 선포했다. 버스정류장에 시가 나붙었고, 거리를 달리는 버스에 광고 대신 시가 쓰였다. 시인들이 지하철역 입구에서 즉석 강연을 하기도 했다. 마산시도 5월 3일 '마산 시의 도시' 선포식을 가졌다. 안산에 시 공원이 만들어진다는 소식도 들었다.

―시 100편을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큰 문화적 파급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그래서 더더욱 이번 연재가 일회성 잔치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문학은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자라나는 나무다. 시의 새로운 100년을 위한 새로운 문화운동이 필요하다.

▲정=사실 신문 연재라고 하면 늘 소설 연재만을 떠올렸다. 시가 이처럼 훌륭한 연재가 될 줄은 시인인 나도 몰랐다. 시를 위해 매일 새로운 일러스트가 그려진다는 것도 신선했다.

▲문=이번 연재는 문학이 소통하는 방식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를 줬다. 시를 독자에게 보여주는 방식을 조금 다르게 했을 뿐인데도 앞으로 맞을 새로운 시의 100년에 희망을 갖게 됐다. 시가 글로만 읽히거나 낭송되지만 말고 다양한 방식으로 독자를 찾아가야 한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 김 영 랑 ) - 명시 100선 100

모란이 피기까지는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둘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둘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 김영랑 -

저문 강에 삽을 씻고 ( 정 희 성 ) - 명시 100선 99

저문강에 삽을 씻고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

 <1978년> 

- 정희성 -

오산 인터체인지 ( 조 병 화 ) - 명시 100 선 98

오산 인터체인지 


자, 그럼
하는 손을 짙은 안개가 잡는다
넌 남으로 천 리
난 동으로 사십 리
산을 넘는
저수지 마을
삭지 않는 시간, 삭은 산천을 돈다
등(燈)은, 덴막의 여인처럼
푸른 눈 긴 다리
안개 속에 초초히
떨어져 서 있고
허허들판
작별을 하면
말도 무용해진다
어느새 이곳
자, 그럼
넌 남으로 천 리


난 동으로 사십 리.


- 조병화 -

맨발 ( 문 태 준 ) - 명시 100선 97

맨발 


어물전 개조개 한마리가 움막 같은 몸 바깥으로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죽은 부처가 슬피 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펄과 물속에 오래 담겨 있어 부르튼 맨발
내가 조문하듯 그 맨발을 건드리자 개조개는
최초의 궁리인 듯 가장 오래하는 궁리인 듯 천천히 발을 거두어갔다
저 속도로 시간도 길도 흘러왔을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러 가고 또 헤어져서는 저렇게 천천히 돌아왔을 것이다
늘 맨발이었을 것이다
사랑을 잃고서는 새가 부리를 가슴에 묻고 밤을 견디듯이 맨발을 가슴에 묻고
슬픔을 견디었으리라
아- 하고 집이 울 때
부르튼 맨발로 양식을 탁발하러 거리로 나왔을 것이다
맨발로 하루 종일 길거리에 나섰다가
가난의 냄새가 벌벌벌벌 풍기는 움막 같은 집으로 돌아오면
아- 하고 울던 것들이 배를 채워


저렇게 캄캄하게 울음도 멎었으리라


- 문태준

비망록 ( 김 경 미 ) - 명시 100선 96

비망록 


햇빛에 지친 해바라기가 가는 목을 담장에 기대고 잠시 쉴 즈음. 깨어보니 스물네 살이었다. 신(神)은, 꼭꼭 머리카락까지 졸이며 숨어있어도 끝내 찾아주려 노력하지 않는 거만한 술래여서 늘 재미가 덜했고 타인은 고스란히 이유 없는 눈물 같은 것이었으므로.
스물네 해째 가을은 더듬거리는 말소리로 찾아왔다. 꿈 밖에서는 날마다 누군가 서성이는 것 같아 달려나가 문 열어보면 아무 일 아닌 듯 코스모스가 어깨에 묻은 이슬발을 툭툭 털어내며 인사했다. 코스모스 그 가는 허리를 안고 들어와 아이를 낳고 싶었다. 석류 속처럼 붉은 잇몸을 가진 아이.
끝내 아무 일도 없었던 스물네 살엔 좀 더 행복해져도 괜찮았으련만. 굵은 입술을 가진 산두목 같은 사내와 좀 더 오래 거짓을 겨루었어도 즐거웠으련만. 이리 많이 남은 행복과 거짓에 이젠 눈발 같은 이를 가진 아이나 웃어줄는지. 아무 일 아닌 듯 해도.
절벽엔들 꽃을 못 피우랴 강물 위인들 걷지 못하랴 문득 깨어나 스물다섯이면 쓰다 만 편지인들 다시 못 쓰랴. 오래 소식 전하지 못해 죄송했습니다. 실낱처럼 가볍게 살고 싶어서였습니다. 아무것에도 무게 지우지 않도록


- 김경미 -

인 파이터 코끼리군의 엽서 ( 이 장 욱 ) - 명시 100선 95

인 파이터 코끼리군의 엽서


저기 저, 안전해진 자들의 표정을 봐.
하지만 머나먼 구름들이 선전포고를 해온다면
나는 벙어리처럼 끝내 싸우지.
김득구의 14회전, 그의 마지막 스텝을 기억하는지.
사랑이 없으면 리얼리즘도 없어요
내 눈앞에 나 아닌 네가 없듯. 그런데,
사과를 놓친 가지 끝처럼 문득 텅 비어버리는
여긴 또 어디?
한 잔의 소주를 마시고 내리는 눈 속을 걸어
가장 어이없는 겨울에 당도하고 싶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곳
방금 눈앞에서 사라진 고양이가 도착한 곳.
하지만 커다란 가운을 걸치고
나는 사각의 링으로 전진하는 거야.
날 위해 울지 말아요, 아르헨티나.
넌 내가 바라보던 바다를 상상한 적이 없잖아?
그러니까 어느 날 아침에는 날 잊어줘.
사람들을 떠올리면 에네르기만 떨어질 뿐.
떨어진 사과처럼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데
거기 서해 쪽으로 천천히, 새 한 마리 날아가데.
모호한 빛 속에서 느낌 없이 흔들릴 때
구름 따위는 모두 알고 있다는 듯한 표정들.
하지만 돌아보지 말자, 돌아보면 돌처럼 굳어
다시는 카운터 펀치를 날릴 수 없지.
안녕. 날 위해 울지 말아요.
고양이가 있었다는 증거는 없잖아? 그러니까,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구름의 것은 구름에게.
나는 지치지 않는


구름의 스파링 파트너


.- 이장욱 - 

가지가 담을 넘을 때 ( 정 끝 별 ) - 명시 100선 94

가지가 담을 넘을 때


이를테면 수양의 늘어진 가지가 담을 넘을 때
그건 수양 가지만의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얼굴 한번 못 마주친 애먼 뿌리와
잠시 살 붙였다 적막히 손을 터는 꽃과 잎이
혼연일체 믿어주지 않았다면
가지 혼자서는 한없이 떨기만 했을 것이다

한 닷새 내리고 내리던 고집 센 비가 아니었으면
밤새 정분만 쌓던 도리 없는 폭설이 아니었으면
담을 넘는다는 게
가지에게는 그리 신명 나는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가지의 마음을 머뭇 세우고
담 밖을 가둬두는
저 금단의 담이 아니었으면
담의 몸을 가로지르고 담의 정수리를 타 넘어
담을 열 수 있다는 걸
수양의 늘어진 가지는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목련 가지라든가 감나무 가지라든가
줄장미 줄기라든가 담쟁이 줄기라든가
가지가 담을 넘을 때 가지에게 담은
무명에 획을 긋는
도박이자 도반이었을 것이다 

<2005년>

 - 정 끝별

감나무 ( 이 재 무 ) - 명시 100선 93

감나무


감나무 저도 소식이 궁금한 것이다
그러기에 사립 쪽으로는 가지도 더 뻗고
가을이면 그렁그렁 매달아놓은
붉은 눈물
바람결에 슬쩍 흔들려도 보는 것이다
저를 이곳에 뿌리박게 해놓고
주인은 삼십년을 살다가
도망 기차를 탄 것이
그새 십오년인데……
감나무 저도 안부가 그리운 것이다
그러기에 봄이면 새순도
담장 너머 쪽부터 내밀어 틔워보는 것이다

 <1996년>

 - 이재무 -

참깨를 털면서 ( 김 준 태 ) - 명시 100선 92

참깨를 털면서


산그늘 내린 밭 귀퉁이에서 할머니와 참깨를 턴다.
보아하니 할머니는 슬슬 막대기질을 하지만
어두워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젊은 나는
한번을 내리치는 데도 힘을 더한다.
세상사에는 흔히 맛보기가 어려운 쾌감이
참깨를 털어대는 일엔 희한하게 있는 것 같다.
한번을 내리쳐도 셀 수 없이
솨아솨아 쏟아지는 무수한 흰 알맹이들
도시에서 십 년을 가차이 살아본 나로선
기가막히게 신나는 일인지라
휘파람을 불어가며 몇 다발이고 연이어 털어댄다.
사람도 아무 곳에나 한 번만 기분좋게 내리치면
참깨처럼 솨아솨아 쏟아지는 것들이
얼마든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정신없이 털다가
"아가, 모가지까지 털어져선 안 되느니라"


할머니의 가엾어하는 꾸중을 듣기도 했다. 

- 김준태

거짓말을 타전하다 ( 안 현 미 ) - 명시 100선 91

거짓말을 타전하다

.
여상을 졸업하고 더듬이가 긴 곤충들과 아현동 산동네에서 살았다 고아는 아니었지만 고아 같았다 사무원으로 산다는 건 한 달치의 방과 한 달치의 쌀이었다 그렇게 꽃다운 청춘을 팔면서 살았다 꽃다운 청춘을 팔면서도 슬프지 않았다 가끔 대학생이 된 친구들을 만나면 말을 더듬었지만 등록금이 없어 학교에 가지 못하던 날들은 이미 과거였다 고아는 아니었지만 고아 같았다 비키니 옷장 속에서 더듬이가 긴 곤충들이 출몰할 때도 말을 더듬었다 우우, 우, 우 일요일엔 산 아래 아현동 시장에서 혼자 순대국밥을 먹었다 순대국밥 아주머니는 왜 혼자냐고 한번도 묻지 않았다 그래서 고마웠다 고아는 아니었지만 고아 같았다


여상을 졸업하고 높은 빌딩으로 출근했지만 높은 건 내가 아니었다 높은 건 내가 아니라는 걸 깨닫는 데 꽃다운 청춘을 바쳤다 억울하진 않았다 불 꺼진 방에서 더듬이가 긴 곤충들이 나 대신 잘 살고 있었다 빛을 싫어하는 것 빼곤 더듬이가 긴 곤충들은 나와 비슷했다 가족은 아니었지만 가족 같았다 불 꺼진 방 번개탄을 피울 때마다 눈이 시렸다 가끔 70년대처럼 연탄가스 중독으로 죽고 싶었지만 더듬더듬 더듬이가 긴 곤충들이 내 이마를 더듬었다 우우, 우, 우 가족은 아니었지만 가족 같았다 꽃다운 청춘이었지만 벌레 같았다 벌레가 된 사내를 아현동 헌책방에서 만난 건 생의 꼭 한 번은 있다는 행운 같았다 그 후로 나는 더듬이가 긴 곤충들과 진짜 가족이 되었다 꽃다운 청춘을 바쳐 벌레가 되었다 불 꺼진 방에서 우우, 우, 우 거짓말을 타전하기 시작했다 더듬더듬, 거짓말 같은 시를! 

<2006년> 

- 안현미 -

추일서정 ( 김 광 균 ) - 명시 100선 90

추일서정 


낙엽은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
포화(砲火)에 이즈러진
도룬 시의 가을 하늘을 생각케 한다.
길은 한줄기 구겨진 넥타이처럼 풀어져
일광(日光)의 폭포 속으로 사라지고
조그만 담배 연기를 내어 뿜으며
새로 두 시의 급행차가 들을 달린다.
포플라나무의 근골(筋骨) 사이로
공장의 지붕은 흰 이빨을 드러내인 채
한가닥 꾸부러진 철책이 바람에 나부끼고
그 우에 세로팡지로 만든 구름이 하나.
자욱―한 풀버레 소리 발길로 차며
호을로 황량한 생각 버릴 곳 없어
허공에 띄우는 돌팔매 하나.
기울어진 풍경의 장막 저쪽에


고독한 반원을 긋고 잠기어간다

. <1947년>


- 김광균

철길 ( 김 정 환 ) - 명시 100선 89

철길 


철길이 철길인 것은
만날 수 없음이
당장은, 이리도 끈질기다는 뜻이다.
단단한 무쇳덩어리가 이만큼 견뎌오도록
비는 항상 촉촉히 내려
철길의 들끓어오름을 적셔주었다.
무너져내리지 못하고
철길이 철길로 버텨온 것은
그 위를 밟고 지나간 사람들의
희망이, 그만큼 어깨를 짓누르는
답답한 것이었다는 뜻이다.
철길이 나서, 사람들이 어디론가 찾아나서기 시작한 것은 아니다.
내리깔려진 버팀목으로, 양편으로 갈라져
남해안까지, 휴전선까지 달려가는 철길은
다시 끼리끼리 갈라져
한강교를 건너면서
인천 방면으로, 그리고 수원 방면으로 떠난다.
아직 플랫포옴에 머문 내 발길 앞에서
철길은 희망이 항상 그랬던 것처럼
끈질기고, 길고
거무튀튀하다.
철길이 철길인 것은
길고 긴 먼 날 후 어드메쯤에서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우리가 아직 내팽개치지 못했다는 뜻이다.
어느 때 어느 곳에서나
길이 이토록 머나먼 것은
그 이전의, 떠남이
그토록 절실했다는 뜻이다.
만남은 길보다 먼저 준비되고 있었다.
아직 떠나지 못한 내 발목에까지 다가와
어느새 철길은
가슴에 여러 갈래의 채찍 자욱이 된다. 


 - 김정환 -

낙화 ( 이 형 기 ) - 명시 100선 88

낙화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 이형기

껍데기는 가라 (신 동 엽 ) - 명시 100선 87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東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1967년>


- 신동엽 - 

서시 ( 이 시 영 ) - 명시 100선 86


서시


어서 오라 그리운 얼굴
산 넘고 물 건너 발 디디러 간 사람아
댓잎만 살랑여도 너 기다리는 얼굴들
봉창 열고 슬픈 눈동자를 태우는데
이 밤이 새기 전에 땅을 울리며 오라


어서 어머님의 긴 이야기를 듣자

 <1976년>

 - 이시영 -

낙화 ( 조 지 훈 ) - 명시 100선 85

낙화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어하노니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 조지훈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 김 광 규 ) - 명시 100선 84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4·19가 나던 해 세밑
우리는 오후 다섯시에 만나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불도 없이 차가운 방에 앉아
하얀 입김 뿜으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어리석게도 우리는 무엇인가를
정치와는 전혀 관계없는 무엇인가를
위해서 살리라 믿었던 것이다
결론 없는 모임을 끝낸 밤
혜화동 로터리에서 대포를 마시며
사랑과 아르바이트와 병역 문제 때문에
우리는 때묻지 않은 고민을 했고
아무도 귀기울이지 않는 노래를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노래를
저마다 목청껏 불렀다
돈을 받지 않고 부르는 노래는
겨울밤 하늘로 올라가
별똥별이 되어 떨어졌다
그로부터 18년 오랜만에
우리는 모두 무엇인가 되어
혁명이 두려운 기성 세대가 되어
넥타이를 매고 다시 모였다
회비를 만 원씩 걷고
처자식들의 안부를 나누고
월급이 얼마인가 서로 물었다
치솟는 물가를 걱정하며
즐겁게 세상을 개탄하고
익숙하게 목소리를 낮추어
떠도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모두가 살기 위해 살고 있었다
아무도 이젠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적잖은 술과 비싼 안주를 남긴 채
우리는 달라진 전화번호를 적고 헤어졌다
몇이서는 포커를 하러 갔고
몇이서는 춤을 추러 갔고
몇이서는 허전하게 동숭동 길을 걸었다
돌돌 말은 달력을 소중하게 옆에 끼고
오랜 방황 끝에 되돌아온 곳
우리의 옛사랑이 피 흘린 곳에
낯선 건물들 수상하게 들어섰고
플라타너스 가로수들은 여전히 제자리에 서서
아직도 남아 있는 몇 개의 마른 잎 흔들며
우리의 고개를 떨구게 했다
부끄럽지 않은가
부끄럽지 않은가
바람의 속삭임 귓전으로 흘리며
우리는 짐짓 중년기의 건강을 이야기했고


또 한 발짝 깊숙이 늪으로 발을 옮겼다

- 김광규 -

솟구쳐 오르기 ( 김 승 희 ) - 명시 100선 83

솟구쳐 오르기


상처의 용수철
그것이 우리를 날게 하지 않으면
상처의 용수철
그것이 우리를 솟구쳐 오르게 하지 않으면
파란 싹이 검은 땅에서 솟아오르는 것이나
무섭도록 붉은 황토밭 속에서 파아란 보리가
씩씩하게 솟아올라 봄바람에 출렁출렁 흔들리는 것이나
힘없는 개구리가 바위 밑에서
자그만 폭약처럼 튀어나가는 것이나
빨간 넝쿨장미가 아파아파 가시를 딛고
불타는 듯이 담벼락을 기어 올라가는 것이나
민들레가 엉엉 울며 시멘트 조각을 밀어내는
것이나
검은 나뭇가지 어느새 봄이 와
그렁그렁 눈물 같은 녹색의 바다를 일으키는 것이나
상처의 용수철이 없다면
삶은 무게에 짓뭉그러진 나비알
상처의 용수철이 없다면
존재는
무서운 사과 한 알의 원죄의 감금일 뿐


죄와 벌의 화농일 뿐

 - 김승희

해바라기의 비명 ( 함 현 수 ) - 명시 100선 82

해바라기의 비명  - 청년화가 L을 위하여


나의 무덤 앞에는 그 차거운 비(碑)ㅅ돌을 세우지 말라.
나의 무덤 주위에는 그 노오란 해바라기를 심어 달라.
그리고 해바라기의 긴 줄거리 사이로 끝없는 보리밭을 보여 달라.
노오란 해바라기는 늘 태양같이 태양같이 하던 화려한 나의 사랑이라고 생각하라.
푸른 보리밭 사이로 하늘을 쏘는 노고지리가 있거든 아직도 날아오르는 나의 꿈이라고 생각하라.


- 함현수

보리 피리 (한 하 운 ) - 명시 100선 81

보리피리 


보리피리 불며
봄 언덕
고향 그리워
피-ㄹ 닐니리.
보리피리 불며
꽃 청산
어린 때 그리워
피-ㄹ 닐리리.
보리피리 불며
인환(人還)의 거리
인간사 그리워
피-ㄹ 닐리리.
보리피리 불며
방랑의 기산하(幾山河)
눈물의 언덕을 지나


피-ㄹ 닐니리

.- 한하운 -

갈대등보 ( 신 용 목 ) - 명시 100선 80

갈대등보


무너진 그늘이 건너가는 염부 너머 바람이 부리는 노복들이 있다
언젠가는 소금이 설산(雪山)처럼 일어서던 들
누추를 입고 저무는 갈대가 있다
어느 가을 빈 둑을 걷다 나는 그들이 통증처럼 뱉어내는 새떼를 보았다 먼 허공에 부러진 촉 끝처럼 박혀 있었다
휘어진 몸에다 화살을 걸고 싶은 날은 갔다 모든 모의(謀議)가 한 잎 석양빛을 거느렸으니
바람에도 지층이 있다면 그들의 화석에는 저녁만이 남을 것이다
내 각오는 세월의 추를 끄는 흔들림이 아니었다 초승의 낮달이 그리는 흉터처럼
바람의 목청으로 울다 허리 꺾인 가장(家長)


아버지의 뼈 속에는 바람이 있다 나는 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 

- 신용목 -

투명한 속 ( 이 하 석 ) - 명시 100선 79

투명한 속 


유리 부스러기 속으로 찬란한, 선명하고 쓸쓸한
고요한 남빛 그림자 어려온다, 먼지와 녹물로
얼룩진 땅, 쇠 조각들 숨은 채 더러는 이리저리 굴러다닐 때,
버려진 아무 것도 더 이상 켕기지 않을 때,
유리 부스러기 흙 속에 깃들어 더욱 투명해지고
더 많은 것들 제 속에 품어 비출 때,
찬란한, 선명하고 쓸쓸한, 고요한 남빛 그림자는
확실히 비쳐 온다.
껌종이와 신문지와 비닐의 골짜기,
연탄재 헤치고 봄은 솟아 더욱 확실하게 피어나
제비꽃은 유리 속이든 하늘 속이든 바위 속이든
비쳐 들어간다. 비로소 쇠 조각들까지
스스로의 속을 더욱 깊숙이 흙 속으로 열며.

 <1980년>

- 이하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