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9일 수요일

새해엔 더 많이 웃자



2019년 1월 9일자 중앙일보 오피니언 '이 아침에'에 실린 글입니다.




새해엔 더 많이 웃자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라지 않던가? 새해엔 더 많이 웃자.

   얼마 전, 아버지 부시 대통령 장례식에서 아들 대통령이 조문객들을 한바탕 크게 웃게 만들었다는 기사를 봤다. 물론 호상이니까 그렇겠지만 그들의 여유있는 태도가 부러웠다. 웃기는 사람도 물론 여유와 위트가 있고, 남을 웃게 만드는 특별한 재주가 있다지만, 잘 웃어주는 사람들에게서도 널널한 여유를 느낀다.
   만일 한국 사람 장례식에서 상주가 그런 말을 했다면 그렇게 좋은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었을까?

   지인이 보내온 카톡을 보고 허리를 꺾고 한참을 웃다가 혼자 보기가 아까워 남편에게 가서 보여주었다. 옆에서 지켜봤더니 다 보기까지 웃지를 않는다. 웃을 일에 웃지 않는 그를 보고 난 또 웃음이 나와서 더 웃었다. 그러다가 돌아서며 눈물이 찔끔 났다. 요즘 자꾸 그가 불쌍해 보인다.
   실로 오랫만에 만난 친구와 함께 노니다가 사진을 찍었다. 독사진을 찍어주겠다니까 손사래를 치면서 극구 사양한다. 기어히 찍어준다고 적당한 곳에 앉혀놓고 웃으라고 다그쳐도 웃지를 않는다. 할 수 없이 사진을 찍어서 보여주면서 앞니가 다 보이도록 왈짝 웃으라 하고 몇번 더 시도를 했지만 결국 환하게 밝은 표정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왜 그렇게 웃지 않는지 물었다. 어이없게도 본인은 많이 웃는다고 웃었다는 거다. 너무나 우스웠다. 웃지 않은 것이 아니고 웃지 못한 거였다. 웃는 일이 그렇게 힘들다는 건가. 그가 평소에 얼마나 웃지 않고 굳은 표정으로 지내왔는가를 알수 있었다.
   한국사람들의 표정은 굳어있어서 일면 무서운 인상을 주기도 한다. 대체적으로 눈이 작고 속눈썹이 짧은데다 눈빛 또한 매섭다. 그런 눈으로 손익 계산을 재바르게 하며 눈알을 굴리면 정말 정 떨어진다. 거기다가 웃음기가 없으니 더욱 험하게 보인다.

   자주 웃으면 실질적으로 건강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치료도 된다.  웃으면 심장건강 강화, 안면 근육 운동, 소화 촉진, 긍정적 사고의 향상, 스트레스 해소, 다이어트 효과, 기억력증진은 물론 이러스나 암세포를 공격하는 NK세포(면역 세포) 활성되고 세포 조직의 증식도 활성화되어 암치료에도 좋다고 한다. 웃으면 통제 역할을 하는 도르핀, 엔케팔린, 시토신 은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기 때문특히 편두화에 도움이 된다.
   억지로 웃어도 두뇌에서는 착각하여 90%의 즐거운 홀몬을 분비한다고 한다. 1분 동안 크게 웃으면 10분 동안 에어로빅, 조깅, 전거 을 한 과 같은 효과가 나타난다고 한다.
   요즘같이 불경기에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불투명한 미래에 무슨 웃을 일이 겠냐고 할 수도 있지만 웃기로 작정하고 보면 아주 사소한 일에서도 웃을 일이 많음을 4살 손자를 보고 깨달았다. 아이들은 보통 하루에 400번을 웃지만 어른은 기껏해야 15번 정도라고 한다. 

   웃음은 하나님이 인간에게만 특별히 내려주신 선물이다. 물고기나 사자나 새들은  웃을 줄 모른다.
  새해엔 작정하고 더 많이 웃자. 소문笑門을 크게 열고 만복萬福을 적극적으로 맞아들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