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29일 월요일

겨울 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황 지 우) - 명시 100선 42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나무는 자기 몸으로
나무이다
자기 온몸으로 나무는 나무가 된다
자기 온몸으로 헐벗고
영하(零下) 십삼도(十三度)
영하(零下) 이십도(二十度) 지상(地上)에
온몸을 뿌리박고 대가리 쳐들고
무방비의 나목(裸木)으로 서서
두 손 올리고 벌 받는 자세로 서서
아 벌 받은 몸으로, 벌 받는 목숨으로
기립(起立)하여, 그러나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온 혼(魂)으로 애타면서 속으로 몸속으로
불타면서
버티면서 거부하면서 영하(零下)에서
영상(零上)으로 영상(零上) 오도(五度)
영상(零上) 십삼도(十三度) 지상(地上)으로
밀고 간다, 막 밀고 올라간다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으스러지도록 부르터지면서
터지면서 자기의 뜨거운 혀로
싹을 내밀고
천천히, 서서히, 문득, 푸른 잎이 되고
푸르른 사월 하늘 들이받으면서
나무는 자기의 온몸으로 나무가 된다
아아, 마침내, 끝끝내
꽃피는 나무는 자기 몸으로


꽃피는 나무이다

 - 황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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