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 12일 월요일

백의 민족

이글은 미주 중앙일보 2018년 2월 19일자 '이 아침에'란에 '동방 무례지국'이란 제목으로 실렸던 글입니다.


        백의민족                                                                            


            인터넷을 통해서 지인이 1954년과 1955년 사이에 찍힌 한국의 풍물 사진을 보내왔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사진들을 보았을 게다. “어머나 세상에 정말 흰 옷들만 입고 있네!”

조선의 백성들은 백의민족이었다는 말은 어려서부터 많이 들었고 알고 있었던 사실이다. 그럼에도  그 당시의 사진을 실제로 보고는 정말 많이 놀랐다.
            처음 사진은 소 시장 풍경이었다. 넓은 한 마당 가득 소를 흥정하는 사람들로 붐비는데 영화의 한 장면을  찍기 위해 제복을 맟추어 입힌 듯 놀랍게도 모든 사람이 흰 옷을 입었다. 전에도 그 시절 사진들을 본 적이 있지만 모두 흑백사진들이라 잘 느끼지 못했는데 이것은 칼라 사진이라 더 뚜렸이 느껴졌다. 이어지는 사진들에서도 어린이와 젊은이, 군인들은 유색옷을 입었지만 어른들은 한결같이 흰 옷을 입고 있었다. 아니 흰 옷들만 입고 있었다.
           
이 사진들은 미국에 유학 간 유학생의 아내가 현지에서 영어를 배우던 아담이라는 80대 노 선생님의 집에 초대되면서 우연히 발견한 것이다아담은 당시 의대를 갓 졸업하고  자원봉사로 교회를 통해 한국으로 나갔다그 때에 여러지방을 다니면서 찍은 사진들이다.
  사진들 속에는 내 어린 시절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해방동이인 난 그 때의 그 사진 속에서 우유 배급을 타기 위해 줄을 선 볼이 통통한 단발 머리 소녀였다. 폭격에 무너진 폐허의 잔해 빈터에서 소꼽놀이를 하고 놀았다. 구호 물품을 받기 위해 줄을 선 인파속에는 언니와 오빠가 있었고, 쪽 진 머리에 수건을 쓴 여인의 모습은 당시 어머니의 모습이었다. 불과 육십 년 전인데 이렇게 격세지감을 느끼게 되다니!

그리고보면 한국은 놀랍게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왔음을 자타가 공인하지 않을 수 없다. 몸체가 두 동강이 나고 동족이 서로 적대시하면서 코 앞에 숙적을 두고도 단군 이래 있어본 적이 없는 초유의 번영을 이룩하고, 세계적인 선진국의 대열에 섰음을 생각하면 작은 나라에서 이룩한 성과는 기적이 아닐 수 없다.
도무지 모르겠는 것은 한국의 젊은이들은 그 넘치는 풍요 속에서 왜 그리도 불만이 많고, 한국 사회의 자살율은 높으며, 오늘의 부국을 이룩한 장본인인 노인들은 대책 없이 비참한 빈곤지경에 내몰리게 되었을까?
듣건대, 2003년 이후 13년째 OECD회원국 자살율 1위의 오명을 쓰고 있고, 노인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53.3명으로 국민 평군의 2.1배에 달하며, 불만지수는 OECD 평균의 4배라고 한다
빈한한 가운데서도 칼같이 지켜왔던 예의범절은 다 어디 가고 동방예의지국이란 말을 이제는  ‘동방 무례지국이라 거꾸로 읽어야 할 판이 되었다.


대한민국은 지금
단군 이래  최고의 강성부국

경제대국
무역대국
기술대국
과학대국
문화대국

무궁화꽃이 활짝 피었어요

그런데
국민 행복지수는 꼴찌
자살율은 첫째

머리가 배탈이 났을까
배가 두통이 났을까


어찌 보면 부모세대의 자업자득일 수도 있다. 허리띠를 조여매고 불철주야 앞만 보고 여유가 없이 달려온 때문일게다. 뒤도 돌아보고, 옆도 돌아보고, 위도 올려다 볼 여지가 없이 코앞만 보고 달려왔다.
그러는 동안 과열경쟁속에 내몰렸던 자녀세대는 과보호 아래 풍요를 누리는 데 적합하고 일구는데는 미숙한 연약한 귀동이 되어버렸다. 세상이 버겁고 나를 할애하여 예의를 지켜나갈 힘이 딸린다. 그러니 감사할 여유는 도무지 없다. 불만이 쌓이는 이유다.
실업률이 높고 취직자리가 없다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은 봉급이 많고 편한 직장을 찾으니까 그렇지 외국인 노동자의 무시못할 상당수가 우리나라에 와서 어렵사리 일하며 공부하는 현실을 보면 일자리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자립심과 창의력이 있고 더 적극적인 자세가 있다면 젊음을 불사를 기회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리라

            빈한해도 나눌줄도 알고 체면을 지키며 예의를 존중했던 그 시절을 한번 찬찬히 되돌아보는 것이 약이 될 수 있을게다. 올챙이적 생각을 해보자는 게다. 그래서 올바른 역사공부가 중요하다. 사관이 바로 서야 방향을 제대로 잡아 망국의 길로 접어들지 않고 확고한 강성부국을 일구어 나갈 수 있을게다.

흰옷 입고 짚신 신고 미덕을 지키며 살아온 백의민족. 그 역사를 철저히 배워서 교훈을 얻고  구악의 고리는 끊어내어 새로운 동방예의지국의 명예를 얻을 수 있다면  배탈도 두통도 사라지지 않을까?
조국에 그런 날이 하루 속히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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