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째날
오늘은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
온천마을인 이곳에서는 유카타 위에 조끼나 마고자를 입고 밖으로 나다니는 풍습이 있다.
호텔에서도 그렇게 하기를 적극 권장했다.
감기가 아직 덜 회복된 장로님네와 일찍 헤어진 우리는 도고 온천엘 가보고싶었다.
도고 온센 혼칸 전면
도고 온센 혼칸의 뒷면 왼쪽이 황제 전용 탕
도고 온센 혼칸의 측면
베란다가 있는 방이 탈의실 삼층은 특실
그래서 우리도 유카타를 입고 나가보자고 했더니 아버지가 좀 거북해 하시는 것을 내가 우겨서 유카타를 입고 게다를 신고 예의 그 걸음걸이로 온천으로 걸어갔다.
도고 온센 혼칸은 이 마을의 중심이다. 온통 이 온천의 명성으로 인하여 전국에서 몰려오는 관광객으로 연중 항상 붐비고 그리고 외국에서 찾아오는 사람들까지 상당수가 되서 활발한 상권을 이루고 있다. 이 마을은 온천과 호텔과 기념품점과 음식점을 빼면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을 정도다.
여행객들의 피로를 덜기 위해 만들어놓은 무료 야외 족탕
일본 전통 의상의 갖가지 차림 모형
동심으로 돌아가서
시계탑
이 시계탑은 매 정시에 아래 위로 늘어나면서 일본의 유명한 작가가 도고 온천을 배경으로 쓴 소설의 주인공들의 모형이 나오면서 그 모습 그대로 움직이는 공연을 하고 다시 제 모양으로 돌아간다. 지금은 정지한 상태.
이 제과점은 옛날부터 황제에게 진상하던 집이라고 하며 어디를 가나 자주 눈에 띄고 공항이나 전국적으로 퍼져 있는 제과점이다.
양갱과 팥 앙꼬, 카스테라가 주종으로 모양이 예쁘다.
도고 온천은 삼천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역대 천황이 열번이나 다녀갔다고 자랑한다. 그래서 황실 전용 온천탕과 다실과 화장실이 따로 구비 되어 있어 관람을 시키고 있었다.
1894년에 재건되었다는 건물은 삼층구조로 되어 있는데 처음에는 화려하게 지어졌을 목조 건물이 160년 세월의 옷을 덧입고 고풍스러운 멋을 풍겼다.
입장료를 세가지로 구분하여 일반 주민들이 많이 이용한다는 대중식과 그보다는 관광객들이 좀더 편하게 즐긴다는 중간급과 제일 비싼 독실이 있다고 하여 의논 끝에 제일 비싼 독실의 표를 일인당 1,550원을 주고 끊었다. 제한 시간은 한시간 이십분이다.
일본말을 잘 하시는 동행한 장로님이 안계시니 답답했다. 말을 못 알아들으니 눈치껏 안내를 따라 여러 단계를 거쳐 이층으로 삼층으로 다시 이층으로 층계를 오르내리며 좁은 통로를 돌아 들어갔다.
옛날에는 화려하고 웅대하게 지어졌을 건물이지만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많은 사람들이 북적대며 이용하기에는 층계는 가파르고, 공간이 많이 협소하여 아주 옹색하고 후진 느낌이다.
독실이라고 하여 독실에 독탕이 딸려 있는 줄 알았더니 탕은 호텔보다 훨씬 후지고 남녀만 구분된 작고 볼품 없는 대중탕이고 단지 탈의실만이 독실이었다. 내가 잘못 알고 있었지만 속은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런데 여기서 웃기는 일이 벌어졌다. 온천욕을 끝내고 탈의실에 돌아와서 낮에 산 바디 크림을 아버지의 등에 발라드렸다. 그런데 크림이 퍼지면서 고루 발라지지를 않고 이상했다.
내가 이상하다고 하니까 아버지가 뭐가 이상하냐면서 자꾸 듬뿍 넉넉히 많이 바르라고 거듭 독촉을 했다. 아마도 온종일 건조한 가려움증에 많이 시달렸던 모양이었다.
등과 팔을 다 바르고나서 돌아서더니 내가 하는것이 못마땅 했는지 아버지가 손수 크림을 듬뿍 따르더니 가슴과 배 그리고 다리에 바르기 시작했다. 내가 이상하니 바르지 말라고 해도 막무가내다.
크림은 피부에 스미지 않고 마치 썬 스크린 로션을 너무 많이 묻힌 것 처럼 온 몸이 하얗게 석고상이 되어갔다. 바르기를 끝내고 유카타를 입었다.
그러는 중에 내가 손에 묻은 끈끈한 크림을 젖은 수건에 닦는데 손가락 사이에 작은 거품이 생기는 것이 보였다. 그래서 이것이 비누라는 확신이 들어서 비누라고 확고히 말하니 아버지도 젖은 수건에 손을 닦아보다가 종업원을 불러 물어봤다.
그랬더니 그게 바디워시란다. 낮에 쇼핑을 하다가 편의점에서 로션을 사려는데 낯익은 로얄 불루색 병의 Nivea 의 상표가 눈에 띄었다. 전에 내가 미국에서 이 상표의 로션을 많이 이용했던 제품이다. 병에는 앞뒤로 모두 일본 말로 되어있고 앞에 cream care라고만 영어로 크게 써 있었다. 나는 의심도 없이 반가히 집어들고 사왔다.
결국 아버지는 유카타를 벗고 다시 온천장으로 들어갔다.
비누가 묻은 유카타를 뒤집어 입고 돌아와서는 피부가 너무나 매끈거리고 기분이 좋다고 하신다.ㅎㅎㅎ
너희들은 어떻게 지내니?
다섯째 날
같이 온 장로님은 아직도 좀 몸이 불편하시다. 은근히 걱정이 된다.
사흘의 도고야 료칸의 즐거운 경험을 마치고 애초에 예약한대로 온장로님이 묵고 계시는 야치오 호텔로 옮겼다.
여기는 온천이 참 좋다. 온천이 넓고 물도 따끈하다. 비누도 알지도 못하는 여러 종류가 많이 구비되어있다. 방에 화장실과 욕실이 딸려있지만 욕실은 사용하지 않을것 같다. 도고야에서는 온천이 있지만 한번 사용하고는 가지 않았는데 여기서는 아침 저녁으로 가야겠다.
도고야에서 제일 불편했던 것은 샤워를 할 때는 물론 아래층으로 내려가니까 불편했지만 밤에 화장실을 몇번씩 가는 나는 그때마다 유카타를 입고 긴 허리띠를 두번 돌려매고 가는 일이 좀 번거로웠다.
일본사람들의 서비스 정신은 좀 과할 정도다. 야치오는 9층의 현대식 건물이지만 방은 여기도 다다미 방이고 실내구조도 일본식이다.
방에 들어오니 그리 좁지는 않으나 크지도 않은 방 가운데에 큰 탁자가 있고 다리 없는 등받이 의자가 두게 마주보고 있다.
어디서 자느냐고 물으니 밤에 사람이 와서 잠자리를 만들어준다고 한다.
탁자에는 네사람분의 다기와 얼음물 보온병, 뜨거운물 보온병이 챠려져 있고 안내하는 여자가 무릎을 꿇고 앉아서 차를 따라주고 말 안해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안내말들을 시시콜콜 하고 갔다.
저녁 8시가 되니 두사람이 와서 탁자를 벽에 붙여 밀어놓고 숙달된 솜씨로 스폰지 삼단요를 펴고 그 위에 삼단 솜요를 펴고 시트를 덮고 이불을 꺼내서 커버 속에 넣어서 펴주는 퍼포먼스를 하고 갔다.
매일 아침에 방 청소를 하고는 이불을 개켜서 장속에 넣고 탁자를 가운데 옮겨 놓고는 저녁 8시가 되어야 시트를 가져와서 자리를 깔아 주는거다.
좀 더 일찍 자리에 눕고 싶어도 그럴 수도 없다. 동행한 권사님은는 시트를 매일 갈지 말고 사흘에 한번만 하라고 몇사람에게 부탁했지만 여전히 그들은 그들의 임무를 충실히 이행하더라고 오히려 불편하다고 한다
야치오에 와서 온천은 잘 즐겼는데 방에서 정체 모를 냄새가 심하게 났다. 창문을 열어놓으니 우리 방이 2층인데다 정원이 없이 건물 옆이 바로 길이라 소음이 나서 길바닥에 나앉아있는 듯하다. 그러나 그보다 냄새가 참 견딜 수 없이 심하게 났다. 그래서 아버지가 코를 잡고 찌프려가며 코믹 연기를 하면서 방을 바꾸어달라고 했더니 같은 이층에 방이 셋이 있는데 이틀 후에는 방을 또 옮겨야 하고 금연 구역에는 방이 하나도 없다고 했다. 일본사람들은 담배를 많이 피운다. 이 호텔 건물이 9층인데 그중 7층 한 층만 금연구역이고 나머지는 모두 가연구역이라고 한다.
그러더니 가까운 다른 호텔을 알아봐줄테니 그리로 옮기겠냐고 한다. 거기는 다다미가 아니고 침대라 했다. 다다미방은 이미 경험을 했으니 그것으로 족하고 우리가 침대보다 다다미를 더 좋아할 이유는 없었다.
그래서 보고 결정하겠다고 하고 그 호텔로 가서 보니 도고 온센 혼칸 바로 앞이라 상가도 가깝고 식당들도 가까우니 편리하겠고 냄새도 안났다. 하지만 같은 값이라는데 가방을 펼쳐 둘 장소도 없을 만큼 방이 코딱지만 하고 온천도 없단다. 싫다고 하니 온천은 야치오를 쓰도록 해주겠다고 한다. 이 호텔과 야치오 호텔은 도보로 칠팔분 거리다.
이 과정을 거치는데 한시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우리의 말을 그들이 알아듣고 또 그들의 말을 우리가 알아들으려면 몇번씩 반복하고 수정해야 소통이 가능했다.
결국 가연구역이지만 냄새가 덜 나는 방을 하나 준비해놓을테니 오후에 확인해보고 옮기라고 하여 어렵사리 그렇게 합의를 하고 오늘의 일정에 들어갔다.
저녁에 돌아와보니 팔층에 있는 방에 공기 청정기를 틀어서 놓아두고 있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담배 냄새가 좀 났지만 먼저방에서처럼 구토가 날 정도로 이상한 묵은 냄새는 없어서 이리로 옮기기로 했다.
우리 한국 사람이 마늘을 많이 먹어서 그 냄새가 오래 쩔으면 괴상하듯 일본 음식 냄새도 그렇다는 것을 알았다. 예전에 너희 할머니께서 일본 사람들에게서는 왜내가 난다고 하시더니 그게 바로 왜내였다.
오늘은 도고에서 전차를 타고 마추야마 역으로 가서 기차를 타고 오주성을 다녀왔다. 온 장로님은 하루 더 쉬고 싶어 하셔서 우리만 다녀왔다.
일본 사람들은 대체로 한국 사람보다 키도 작고 몸도 가냘프다. 역으로 가는 중에 아주 조그만 베이글집을 발견했다. 아직 아이 티를 못 벗은 듯한 작고 젊은 남녀가 둘이서 열심히 베이글을 직접 구워 팔고 있었다. 작지만 촌구석에서 꽤 세련된 발상이다.
이곳에 온 지 며칠 되지 않았는데 아침 점심 저녁을 일본 음식만 먹었더니 먹을 때는 맛있게 먹었고 아직 물리지도 않았는데 베이글을 한입 베어무니 불루베리 크림치즈의 향이 입안에 가득 퍼지면서 엔돌핀이 솟았다.
오주성은 아주 작은성으로 일본에서 제일 최근에 지은 성이라고했다.
마추야마도 시골인데 여기는 시골의 시골이라 그야말로 변변한 상점 하나, 요기할 음식점 하나도 없는 곳이었다
성이 지어지고 성주가 살았을 때는 번화가였을 오십미터 정도의 골목길이 있는데 너무나 좁고 집들도 납작해서 꼭 세트로 지어놓은 것 같고 지금은 때묻고 우중충한 상점들의 대부분은 문이 닫혀있고 열린 상점들도 불을 킨 곳이 없고 상점을 지키는 사람도 없다. 물론 물건도 몇가지 안되는 변변치 않은 것들이다.
역에서 내리니 아무것도 눈에 뜨이는 것이 없어 두세 사람에게 물어서 이십여분 걸어서 찾아가는 동안 좁은 골목들을 누볏는데 정말로 조금도 변하지 않은 서민적인 옛마을의 모습들을 구경했다.
성은 넓은 강을 끼고 자그만 야산에다 축대를 높이 쌓고 지었는데 강 건너에서 거리를 두고 볼때에는 주위의 평화로운 경치와 어울려서 산뜻하게 참 아름다웠다. 땀을 흘리며 어렵사리 찾아왔지만 마추야마 성을 본 우리는 막상 도착해서는 들어가지 않고 입장료를 아꼈다.
마추야마 성에 비하면 너무나 작고 볼품이 없고 고풍스럽지도 않아 들어가서 관람할 가치를 못 느꼈다.
걸어오다보니 맨홀의 뚜껑이 이렇게 예쁘게 되어 있다.
일본사람들은 대체로 정원이나
가로수를 잘 다듬어서 정갈한
모습을 하고 있다.
화려함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한적한 시골길에서도 가로수는 잘 다듬어진 모습이다.
오주성 앞에 있는 옛 가옥들
몇채 되지 않지만 지금도 사람이 살고 있는
잘 보존된 옛가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