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28일 토요일

마추야마 여행기 3 - Uchiko

여섯째 날

오늘은 우치코를 다녀왔다. 여기는 큰 성이나 오래된 유적지가 있지는 않다. 다만 옛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옛날가옥들이 그대로 보존되어있는 옛마을이 있는 곳이다.
이곳은 마을은 작지만 양초와 종이를 만들고 술을 만들어 공업과 상업이 활발했던 곳으로 당시에는 상당한 부촌이었을만한 큰 집들이 옹기종기 언덕길을 따라 모여 있었다.

일본의 유명한 아사히맥주 회사 사장의 생가도 있었다. 이런 집은 격식은 일본식이나 일본 고유의 나무집이 아니고 시멘트와 기와를 사용해서 지은 약간 근대식 저택이었다.


옛날 일본 사람들은 키가 퍽 작았던지 서양문물을 받아드리기 전의 가옥들은 이렇게 낮았다.

여기는  규모가 작지만 기념품 가게도 좀 있고 음식점도 좀 있어서 점심을 여기서 먹었는데 음식은 옛날식도 아니고 시골식도 아니고 요즘의 도시 식당음식과 같았지만 맛은 순하고 심심해서 먹기에 좋았다. 밥도 밥통에 가득하게 주어 먹을만큼 많이 먹을 수 있도록 하여 순박한 시골 인심을 알수 있었다.
이 마을은 아직도 사람이 사는 곳도 있지만  사람이 살지 않고 그냥 보존하고 있는 집들도 꽤 있다. 골목길에는 무인 판매하는 곳이 세군데 있었는데 농산물이나 수제 기념품을 서너가지 놓아두고 가격과 돈을 넣고 가져가라는 메모를 써 놓았다. 여기서 가느가란 오이 세개가 들어있는  봉지를 집고 100원 동전을 넣었다. 오이에 가시가 생생한 금방 따온 싱싱한 오이다.
 무인 판매대

때가 가을이라 하늘색이 내가 어렸을때 보았던 바로 그 투명한 푸른색이고 감나무에 감이 주렁주렁 매달려있다.  인적 드문 산골 마을이 어찌나 조용한지!
시간의 때를 덧입은 허름한 고가옥의 마당에서 시간이 멈춘 듯, 아니 옛날로 잠시 돌아간 듯한 착각이 들었었다.
 이곳에 산업이 발달할 때에 만들었음직한 누운 돌부처상




양초와 기원의 쪽지를 파는 곳이 있어 어디나 사람사는 곳은 다 같다는 생각을 했다.


우치코 성을 찾아서 올라가는데 수목이 우거져 대낮에도 컴컴할 정도다. 그런데 여기는 남쪽지방이라 단풍은 하나도 없어서 그게 좀 아쉬웠다.

일본은 한국처럼 전쟁을 겪지 않아서 옛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주택이나 절, 신사가 곳곳에 널려있다고 할만큼 많아서 참 부럽다.
초나무 열매를 따서 불을 키는 초를 만들었다. 
유리병 안에 있는 것이 초나무 열매




 


당시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부엌과 목욕통 우물들의 모습
번성할 당시의 우치코 모형도 

야마하 피아노의 처음 모습



옛날식
우체통



상가였음직한 이런 집들이 많았다.





우치코에서 돌아온 후에 코인 라운드리에 가서 빨래를 했는데 미국에 비하면 빠는데는 두배, 말리는데는 다섯배나 비쌌다.


일곱째 날

내일은 기차를 타고 우와지마를 가기로 했기때문에 오늘은 마추야마 안에서  슈퍼마켓이 아닌 재래시장을 가보기로 했다.
온장로님네는 미츠꼬시 백화점에 가시고 우리는 따로 재래시장으로 향했다.
시장은 내가 생각했던 시장이 아니었다. 청과물 가게가 몇군데, 수산물 가게가 한곳, 쌀가게가 두곳, 잡화상, 철물점, 옷가게 몇개가 전부였다. 여기가 시골이라 생각하여 재래시장이 있으려니 했더니 내가 생각하는 그런 재래시장은 없는 듯하다.

가게들을 기웃거리며 보다가 작은 반찬가게를 하나 발견했는데 윈도에 진열해놓은 반찬이 김치, 깍두기에다가 도라지나물 그리고 콩나물까지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신기해하며 "한국사람이 하는 가게인가봐!" 그랬더니 주인여자가 나타나며 한국사람이냐고 물어서 그렇다고 했더니 자기도 한국 사람이리며  안으로 들어와서 차라도 한잔 하고 가라고 자꾸 권했다.

이 여자는 마추야마에 와서 사는지가 삼십육년이 되었다고 했다. 일본인 남편에 딸이 하나 있다고 했다.
차를 한잔 얻어 마시며 얘기를 하다가 우리가 머물렀던 도고야 료칸의 주인을 자기가 잘 안다고 했다. 또 점심을 먹을 음식점을 추천해달라고 하니 미츠꼬시 백화점 건너편에 가라며 그 음식점의 매니저를 잘 안다고 했다.
일러준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으며 매니저를 불러 얘기하니 자기가 그 집의 김치 단골이라며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서비스로 내왔다. 그리고 문밖까지 따라나와서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
돌아오다가 도고야에 들러 그 한국음식 파는곳을 얘기하니 자기가 그 집의 김치 단골이라고 했다.
어제 우치코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식당을 고르다가 밖에다 불고기와 돌솥 비빔밥을 한다고 써놓은 곳을 몇군데 보았다. 그래서 오늘 그 반찬가게 주인에게 물어보니 그것이 다 한국 사람이 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일본 사람이 한국요리를 흉내내서 하는 곳이 많은데 음식이 너무 달아서 못먹는다고 했다.
아무튼 그 정도로 일본에서 한국음식이 인기가 있는 모양이다. 그 반찬가게도 대부분의 손님이 일본사람들이라고 했다.
슈퍼마다 김치를 안 파는 곳이 없다고 한다.
김치 한파운드에 6불 정도 가격이다.

여기가 시골이라 더욱 그렇겠지만 거리나 전차안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보면 거의가 단정하고  상당히 검소하다.  남자들은 하나같이 검은 양복에 흰 셔츠이고 여자들의 옷 색깔도 거의가 칙칙한 색이고 눈에 띄는 밝은 색은 안 입었다. 그 대신 옷가게가 아닌 상점의 물건들은 알록달록 화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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