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28일 토요일

마추야마 여행기 4 -

여덦째 날 

오늘은 우와지마엘 다녀왔다. 기차를 타고 남쪽끝  바다가 나오기까지  세시간을  기차를 타고 갔다. 이곳은 미깡 오랜지가 나는 곳이다. 숲이 우거진지고 넓은 땅이 거의 없는 산악지대여서 풍광은 좋았다. 추위를 못견디는 오랜지 나무가 일본 본토 사람들이 보면 신기할까 미국에서 더우기 발렌시아 오랜지의 고장에서 큰 규모의 밭을 많이 봐온 내 눈에는 너무나 작은 규모였다. 그러나 여기 저기 조금씩 오랜지 밭이 많이 있기는 했다. 계단식 차밭도 규모가 아주 적어서 그다지 볼품이 되지 못했다. 진주 양식장이 있다 하여 선물용으로 좀 사려고 찾아갖지만 역시 규모가 작고 선택의 폭이 적어서 망서리다가 조그만 부로치를 두개 사가지고 왔다. 
마추야먀에서부터 여기 저기에 도미밥을 선전을 많이 하는것을 봤는데 마추야마에서 먹어보니 그냥 흰 쌀밥 위에 도미회를 밥이 비칠 정도로 얇게 저며서 얹어 나오면  맑은 간장에 비벼 먹는 것인데 별맛이 없었다. 이곳에 도미 양식장이 있다고 하면서 이곳 특산품이라 하길래 여기서는 특히 싱싱할 것으로 여겨서 여기서 한번 더 도미밥을 먹어보기로 했다. 여기서는 마사고와 계란 노른자를 넣어서 함께 비벼 먹는 것인데 이것은 좀 먹기가 쉬웠다. 또  도미를 얹어서 밥을 하면 도미국물이 밥알에 배어 풍미가 좋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도 양념에 길들여진 내 입맛으로는 별미라 할 수 없었다. 결국 도미의 담백한 맛을 나는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 

도미 솥밥
도미살이 익으면서 국물이 밥에 배어서 맛있다고 하나
진한 양념에 길들여진 나는 그리 맛있지 않았다.
 도미밥 1
흰밥 위에 도미회를 얇게 저며서 얹었는데 유난히 노란색의 노른자와 간장을 넣어서 비벼 먹는다.
도미밥 2
도미밥으로는 제일 먹기가 쉬웠다. 

아홉째 날

어느새 날이 다 지나고 하루가 남았다. 그런데 하고 싶은 일 중에 관광은 미련이 없는데 마땅히 쇼핑을 하지못해서 고민중에 있다가 Uniqlo를 가보기로 했다. 
마추야마 시내에는 유니클로가 없고 마추야마 시역에서 기차를 타고 삼사십분 쯤 가면 에미후루 마사끼라는 쇼핑몰이 있는데 그리로 가면 유니클로가 있다고 했다.
동행한 장로님네는 가까운 미츠꼬시로 가고 우리는 전철을 타고 마추야마시 역으로 가서 기차를 갈아타고 '에미후루 마사끼'라는 쇼핑몰을 찾아갔다.

진작에 여기를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여기는 일본의 유명 상표는 다 있는것 같았고 또 외국의 유명 상표들도 있어서 살만한 물건도 많고 구경할 만한 상품도 많았다. 돌아다니다 보니  이요은행의 지점이 있었는데 여기서는 아무 제한 없이 일본 돈을 간단히 금방 바꿀 수 있었다. 나를 위해서 가방과 모자, 구두를 샀다. 여기서 아버지 잠바를 꼭 사고싶었는데 아버지 마음에 드는 마땅한 것을 찾지 못했다. 근사한 제과점이 있어서 빵을 사먹었는데 보기 만큼 맛있지는 않았다. 그래도 그걸로 점심을 대신해서 요기를 했는데도 시간이 다 지나고 다리도 아파서 다 돌아보지도 못한 아쉬움이 있다. 

백가지는 될것 같은 갖가지 화려한 빵 중에서 몇개를 골랐는데 맛은 보기만큼 맛있지 않았다.


마지막 날 


오늘은 호텔이 아침 10시까지 체크아웃이고  비행기 출발은 저녁 6시라서 작은 공항 안에서 할일 없는 하루를 보내야 한다. 조그만 시골 공항이라 좀 답답하고 지루할 것이다.
이곳에 올 때에 도꾜 하네다 공항에서 기다리는 동안 과일 스낵을 사먹었는데 놀랍도록 참 맛있었다. 갈 때에도 꼭 한번 더 먹고 가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 


가운데 노란색 망고가 들어있는 과일 스낵을 사먹었다.
돌아갈 때는 보라색을 꼭 먹어봐야지 별렀더니 
결국 못 먹고 돌아왔다. 

여기에 올 때에 유버를 사용해보니 너무나 간편하고 편리했다. 집에서 떠날 때 삼분만에 택시가 집앞에 나타났고, 가면서 공항 보수공사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렸는데 처음 가입자 혜택을 받아서 요금이 18불만 부과 되었다.

여기서 돌아갈 때도 uber를 사용할테니 괜한 걱정 말고 기다려라. 공항에 도착하면 즉시 메세지를 보내마.

쇼핑을 잘 못해서 마땅한 선물들을  잘 못 샀는데 우리가 먹을 반찬은 동네 슈퍼에서 많이 샀다. 미안!ㅎㅎㅎ
그런데 모두 소금에 절인것들이라 무척 무겁구나! 가방을 새로 사가지고 와서 바퀴가 잘 굴러서 짐을 다루기가 쉬울테니 다행이다.

날이 새니 온천을 한번 더 하고 아침을 먹고 짐을 마저 싸고 나가야겠다.
호텔에서 나가면 소식 뚝 이다.
집에서 보자!

경인이가 베비시터와 잘 지내는지 궁금하구나!

딸아! 잘 다녀와라!
뉴욕으로 마라톤을 하러 떠나는 너를 보지 못해서 섭섭하지만 할 수 없지!
기도하마!


돌아와서

온천욕을 아침 저녁으로 욕심껏 했더니 피로가 풀리기보다 오히려 좀 더 피곤한 것 같았다. 마추야마 공항에서 하릴없이 네시간을 기다리는데 어찌나 지루하던지! 하네다 공항에서는 국내선에서 국제선으로 바꿔타야 하기 때문에 처음에 갈 때에는 국내선 공항에서 기다렸는데 거기는 화려한 상점들이 많고 먹을 식당과 음료를 파는 곳이 많았다. 그런데 돌아오는 길에는 국제선에서 기다려야 했기 때문에 거기는 오직 한 상점과 우동집 두곳이 있을 뿐이어서 기대했던 그 맛있는 스낵을 다시 먹어보지 못하고 저녁도 맛없는 인스턴트 라면으로 때웠다. 

갈 때는 기대감에 부풀어서 기내에서 잠을 설쳤는데 올 때는 골아떨어졌다. ANA 항공사의 기내식은 갈 때도 올 때도 참 맛있었다. 

문어초와 연근조림













이번처럼 일본음식을 한끼도 거르지 않고 계속해서 많이 먹어보기는 처음이다. 그렇다고 특별하다거나 여러종류의 다양한 음식을 경험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대체로 음식들이 깔끔하고 참 맛있다. 그리고 맛도 좋은 만큼  눈도 즐겁게 예쁘다. 
음식에서 맛만큼이나 보기도 중요시 여기는 문화라는 걸 확실히 느꼈다. 음식점에서들은 앙증맞고 예쁜 그릇에 작은 양의 음식을 정갈하고 반듯한 모양새로 담아내온다. 한식의 서민 정서는 푸짐해야 먹음직스럽다는 느낌이 많이 있는데 그들은 그게 정 반대다. 
마켙에서 파는 야채를 보면 얼마나 음식을 정갈하게 다루는지 확실히 알 수 있다. 전에 동경에 갔을 때에 스끼지의 새벽 시장에서 파는 생선들을 보고 그 신선함에 놀랐었다. 생선이 모두 유리로 만들어놓은 작품같다고 할 정도로 색이 선명하고 반짝 반짝 빛났다. 그런데 이번에 또 놀란것은 이런 시골 시장에서도 정갈하고 반듯하지 않은 것은 볼 수가 없었다. 식재료들은 상당히 비싼 편이다. 그들은 비싸게 사는 만큼 아껴서 조금씩 소식을 맛있게 즐기며 먹는 문화인것 같았다.  
마켙의 정갈하고 싱싱한 야채들






다시마 채 장아찌

 일본 거리는 깨끗하다. 어디에도 지저분한 곳을 볼 수 없다. 시골 구석에도 그런 곳은 못봤다. 아무리 옛날 모습을 벗지 못하고 후진 골목길이나  낙후된 지역에서도 휴지나 담배꽁초는 눈에 띄지 않았다. 그렇다고 휴지통이 이 미국처럼 곳곳에 널려 있지도 않다. 아마 모두가 한사람 한사람 개인이 조신한 몸가짐으로 아무데나 버리지 않는 습관인것 같았다.

에미후루 마사끼에서 어린이 화장실
일본의 화장실에는 어김없이 비데가 설치되어있었다. 공중시설에도 음식점에도 꼭 비데가 있다. 그런데 일본사람들은 양변기보다는 쪼그리고 앉는 화식 변기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어디나 양식과 화식을 겸용하고 어떤데는 화식 변기의 수가 더 많은 곳도 있다. 공항이나 최고급 백화점인 미츠꼬시에도 양변기와 화식 변기가 같이 설치되어 있었다. 혼자 생각해 보기로는 깔끔한 성격의 구세대들은 양변기에 앉는 것을 꺼리는 것인가 생각해 본다. 아 그리고 양변기에 깔고 앉는 종이를 구비한 곳은 드물었다. 음식점에서도 냅킨을 아주 조그만 것을 주거나 아주 주지 않거나 요구해야만 주는 곳이 많았다. 

일본사람들은 대체로 모두 에의 바르고 참 친절했다. 음식점에서나 호텔에서야 물론 영업상 친절할 수 있다지만 시골로 돌아다니면서 안 통하는 말로 길을 물으면 모두가 힘껏 친절하게 가르쳐주고 하던 일을 멈추고 골목밖까지 따라와서 손짓 발짓 해가며 친절을 베풀었다. 그렇다고 인심이 후하다거나 어수룩하지는 않다. 오히려 인심은 야박하다고 할 정도임에도 친절과 예의는 몸에 베인듯 인내심의 한계까지 참아가며 친절했다.  그러다가 상대가 예의를 좀 벗어나면 안색이 싹 변하고 무섭게 대하고 그때부터는 그 사람은 왕따를 당하게 되는 것 같았다. 

음식점에서나 호텔에서는 팁을 받지 않았다. 좋기도 했지만 사람의 습관이란 이상해서 좀 어색하기도 했다. 호텔에서는 매일 다기와 유카타 그리고 자리를 갈아서 깔아주는 서비스가 있어서 팁을 줘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물어보니 팁을 주어도 받지 않는다고 했다. 

일본은 한국과 달리 전쟁을 겪지 않아서 어디나 옛 모습이 상당히 많이 남아있다. 특별한 문화재가 아니더라도 서민들의 옛가옥들이 어디나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부러웠다.  
마추야마 시내에는 전차가 있는데 승무원의 모자나 제복이 우리가 옛날 영화에서 본 바로 그대로 아직도 똑같았다. 중고생의 남학생들은 한국에서 60년대 이전에 입었던 목에 좁은 차이나 칼라를 단 검은 옷을 지금도 변함없이  입고 다녔다. 전통을 함부로 무시하지 않고 그대로 이어가는 힘이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어딘지 답답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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