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에서의 정말 특별한 경험은 12월 31일 밤의 풍속이었습니다.
이건 하와이에 갔다고 누구나 겪어볼 수 없는 일입니다.
꼭 12월 31일에만 하는 하와이에 사는 주민들의 불꽃놀이 풍속이니까요.
아마 연말 휴가로 하와이엘 가셨다 해도 바닷가의 럭서리 호텔에서 주무셨다거나
인가와 떨어진 호젓한 바닷가의 숙소에서 지내셨다면
절대로 볼 수 없는 광경이겠죠.
12월 30일 늦은 저녁에도 두어번 총소리 같은 소리가 났었어요.
성급한 사람들의 폭죽을 시험하는 소리였겠지요.
말일 저녁에 해가 지고 어둠이 들자 밖에서 폭죽 소리가 간간히 나기 시작하더군요.
아이들을 위해 간단한 불꽃놀이 기구를 사다두었던 아들네 식구도
빼놓을 수 없는 이 의식을 위해 서둘러 바깥 마당에 나갔습니다.
너무 늦기 전에 아이들을 씻기고 재워야 하니까요.
불장난 처럼 재미 있는 장난이
어디 있어요?
우리도 어렸을 때에 정월 대보름 저녁에 쥐불놀이를 하던 경험이 있잖아요?
나는 어려서 오빠나 어른들이 하는 것을 구경만 했고 크면서 도시에서는 금지된 장난이 됐지만요
그보다는 제게는 더 잊지 못할 불장난이 또 있었지요. 잣불요.
열사흘 저녁을 먹은 후에 밤이
깊어지면 엄마와 온식구가
모여서 잣을 까서 크고 실한 잣을 식구수대로 골라가지고 한사람씩 불을 켰습니다.
방에 전기불을 끄고 작은 촛불 하나를 켜놓고, 잣에 불을 붙여서
불꽃을 보면서 일년동안의
식구들의 안녕과 염원을 빌었죠.
엄마는 식구들 성격이나 평소에 하는 일들에다가 엄마의 구수한 해학을 곁들여서 읊으시는 얘기들에 우리들은 불꽃을 바라보며
경건한 집중을 하다가도 배를
잡고 웃기도 했었지요.
이 풍습은 내가 미국에 와서 아이들을 키우면서도 실행했었는데
아이들이 얼마나 재미있어하면서
그 행사를 기다리곤 했었습니다.
지금도 그들 머리속에 그
재미있었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하더군요.
생각해보니 이 아름다운 풍속이 예수를 믿으면서 미신같은 생각이 들어서 없어졌습니다.
사실은 어렸을 때에는 누구나
위험하다는 생각 때문에
재미있는 불장난을 마음껏
해보지 못했지요.
아이들 핑계로 어른들도 이 무시 못할 재미를 꽤나 즐기는 것을
봅니다.
불꽃도 사람을 흥분시키지만
간 떨어지는 소리도 또 정신을 쑥 빠지게 합니다.
옆집의 중국사람들은 큰 파티처럼 친척이 다 모였는지
여럿이서 어찌나 열심히 폭죽을 터트리는지 아마도 폭죽 사는데만
기백불은 썼을 것 같았습니다.
점점 밤이 깊어가자 골목 여기 저기서 사람들이
모여서 불놀이를 하더니 멀리서는 이곳의 독립기념일을 방불케하는
높은 불꽃들이 여기저기서 보이더군요
그런데 이것이 무슨 단체나 기업에서 하는 일이
아니고 개인집에서 하는 일이라는 거죠.
자정을 전후해서는 폭죽터지는 소리가 완전히 콩을 볶는 듯
수십대의 따발총을 한꺼번에 쏘아대는 듯이 소음이 굉장하고
골목에는 안개가 낀듯이 연기가 자욱했습니다.
이틑날 아침에 나가보니 하늘은 여전히 언제나 처럼 맑게 푸르고 바람이 쓸어 갔는지 폭죽껍데기 타고 남은 것들이 마당이 빨갛도록 어지럽더니 조금만 남아있었습니다.
하와이 민속춤에서 불춤을 많이 보았는데 하와이 주민들은 물도 가까이 하고 지내지만 불도 참 좋아하는것을 볼수 있었습니다.
만일 연말 휴가로 하와이를 가시거든 12월 31일 밤에 주택지를 한번 방문해보세요.
월마트나 코스코 어디서나 여러가지 폭죽을 파니까 마음 내키시면
불장난을 실컷 해보시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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