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18년 2월 4일 자 미주 중앙일보 '이 아침에'란에 실린 글입니다.
신문사에서 제목을 '헐리웃의 스타와 사진을 찍다'로 고쳐 나왔네요.
여우 볕 행운
장마철에 여우 볕같이 반짝이는 우연이 잠시 내게로 날아들었다. 헐리웃의
큰 별을 일상처럼 스스럼 없는 자리에서 아무 부담 없이 만났다.
Daniel Dae Kim(김대현), 2살이 채 안되어 미국 뉴욕으로 와서 거기서 성장했다.
의사인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영화계에 뛰어들어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했고 수상경력도 화려하다. 우리에게는 드라마 ‘LOST’에서 권진수 역으로 김윤진과 함께 출연하면서 잘 알려졌다.
2005년에는 피플지로부터 앞가슴에 임금 왕王자를 그리는 탄탄한 몸매로 인해 살아있는 가장 쎅시한 남성으로 뽑혔다.
대체적으로 가장 진보적인 사상을 갖는 영화계에서도 아시안에 대한 차별은 아직 노골적으로 심한 것이 현실이다. 대니얼은 ‘Howaii Five O’(2004 – 2010)에서 공식적으로 출연이 확정된 첫번째 배우였다. 그럼에도 후편에서 임금협상의 결렬로 168편의 에피소드에서 빠짐없이 호흡을 같이했던 여배우 그레이스 박과 함께 하차한다. 납득할 만
한 이유 없이 다른 백인 주연급 배우들보다 10%-15%의 적은 임금에 인상을 요청했으나 CBS는 거절했다.
적은 임금을 수용하고 그대로 ‘Howaii
Five O’에 참여하는 것이 당시에는 실질적으로 많이 유리했다. 그러나 그는 여태 그래왔다는 사실로 묵인한다면 앞으로도 계속될 아시안들에게 주어지는 차별에 대해 더 강고한 길을 깔아준다는 생각이었다. 이에 저항하는 뜻을 분명히 나타내고 목전의 큰 손해를 감수하는
쪽을 선택했다.
그 후, 대니얼 킴은
최근에 목소리를 좀 더 강하게 높일 수 있는 제작자로 변신하여
리메이크하는 ‘굿 닥터’의 제작자로
참여하고 있다. 거친 광야의 볼모지를 선두에서 개척하는 일은 따라가는 사람에 비해 열배는 더 힘든 일이다.
딸과 연계된 인연으로 일상사의 작은 일을 처리하는 그를 집 앞에서 만났다.
마침 아들네는 하와이에 살 때에 ‘Howaii Five O’의 오픈 파티에서 그를
만난 일이 있었다. 그가 아들, 며느리와 당시의 얘기를 주고 받는 사이에
나는 내 전화를 딸에게 건네주고 둘러선 일행을 가로질러 얼른 그의 옆에 섰다. 그는 고맙게도 내 무례를 웃으며
받아주고 기꺼이 포즈를 취해주었다.
가까이에서 보니 화면에서 보았던 것과 많이 다르다.
얼굴은 관대하고 부드러운 웃음이 떠나지 않는 좋은 인상이나 눈빛은 범상치 않는 날카로움이 반짝이는 개성이 돋보였다.
불루진에다 옅은 밤색 낡은 빈티지 가죽 점퍼를 입은 날씬한 몸매는 나를 수 있을 듯
가볍게 보였다. 매끄럽게 잘 다듬은 한 점의 참나무 목각 인형을 보는 듯 하다. 그의 나이 오십을 갓 넘었는데 십년은 더 젊어보였다.
지금은 하와이에 살고 있는 그를 우리집 앞에서 만나다니! 로또가 당첨된 것보다 더 뜻밖의 일이다. 때때로 인생엔 그래서 재미있는 구석이 있다.
나중에, 딸은 엄마가 그렇게 체면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처음 보았다고 웃으며 핀잔을
주었다. 그래도 난 평소 자랑스럽게 생각해왔던 한국계 인기 영화배우인 대니얼 대 킴과 함께 찍은 사진을 가자게
된 행운으로 소녀적 풍선같은 뿌듯한 즐거움이 솟았다.
자기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기는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거기에다 선두에서 새 길을 닦는 일은 더욱 치열한 댓가를 치러야한다. 바라기는 대니얼의
힘들었던 선택의 발자국들이 이어져 커다란 업적으로 쌓여서 그에게는 오히려 영달의 기회가 되고 후학들에게는 본보기 되기를 바란다.
여우볕 행운이 자주 들면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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